프렌치 디펜스 (French Defense) 개요
프렌치 디펜스 (French defense)
프렌치 디펜스는 백의 1.e4에 1...e6로 대응하는 오프닝이다. 흑의 아이디어는 백이 e4와 d4를 모두 하는 것을 허용하지만, e6의 도움을 받아 2...d5로 중앙을 카운터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의 포지션이 프렌치 디펜스의 시작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백은 흑이 d4를 방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째 수로 2.d4를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우며, 그 이외의 수를 두더라도 이후에 결국 d4를 치면서 원래의 라인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 외의 경우는 사이드라인으로 분류된다.) 흑은 2.d4에 대한 대응으로 2...d5를 둬서 일시적으로 내주었던 중앙을 카운터한다.
프렌치 디펜스는 통계적으로 1.e4에 대해 세 번째로 많이 나오는 대응이다. 백의 1.e4에 대한 흑의 대응은 1...c5 (시실리안 디펜스) > 1...e5 (오픈 게임) > 1...e6 (프렌치 디펜스) 순이다.
나는 지금까지 프렌치 디펜스에 대하여 최소 수천 판의 경험이 있는데, 비록 GM 레벨에서는 특유의 단점 때문에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오프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렌치는 충분히 남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오프닝이다. 프렌치 디펜스는 쉽고 강력하면서 그 아이디어도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오픈 게임과는 다른 방식의 체스를 두게 되면서 체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프렌치는 시실리안이나 오픈 게임에 비해서 덜 선호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아마추어부터 GM 레벨에서까지 활용되고 있는 오프닝이다. 2024년 월드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딩 리런이 구케시 돔마라주를 상대로 프렌치 디펜스를 사용하여 승리를 거둔 것은 프렌치 디펜스가 SGM 레벨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프렌치 디펜스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프렌치 디펜스는 단단한 오프닝이다. 프렌치 디펜스는 기본적으로 중앙이 닫힌 형태의 폰 구조로 들어가기 때문에 양측의 기물의 활동성이 상당히 제한된다. 일반적으로 중앙이 열릴 경우 템포가 빠른 쪽이 유리하기 때문에 흑보다 먼저 수를 두는 백이 근소한 우위를 가져가게 되는데, 프렌치 디펜스에서는 중앙이 닫히기 때문에 백이 이러한 템포의 우위를 살리기 어렵다.
프렌치 디펜스에서 백이 중앙을 여는 선택을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프렌치 디펜스에서 흑이 고질적으로 가지는 밝은색 비숍의 전개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흑이 쉽게 대등함을 가지게 된다.
두 번째로, 프렌치 디펜스에는 배울 점이 많다.
프렌치 디펜스는 다른 오프닝과 대비되는 프렌치만의 특징으로 인하여 체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 프렌치 디펜스는 닫힌 포지션에서 싸우는 법을 배우는 데에 도움이 되고, 각각의 수의 의도가 명확하기 때문에 수 싸움을 이해하기에도 좋다. 또한 좋은 비숍과 나쁜 비숍의 구분이 확실하다 보니 어떤 교환을 하는 것이 좋고 어떤 교환을 피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감각을 쌓는 데에도 좋다.
세 번째는, 백이 아마추어일 경우 프렌치는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점이다.
아마추어 레벨에서는 백의 1.e4에 대한 대응으로 1...e5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다. 이는 오픈 게임이 체스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오프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 백으로 1.e4를 하는 플레이어들은 오픈 게임에 대한 경험이 많고 오픈 게임의 중앙이 열리는 폰 구조에 익숙하다.
하지만 프렌치 디펜스는 오픈 게임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중앙이 닫히는 형태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많이 경험해보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포지션에서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초반 수순에서 흑이 주는 압박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쉽다. 중앙을 연다 하더라도 그 형태가 오픈 게임과는 다를 뿐더러 흑이 쉽게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백과 동등해지게 된다.
오프닝 트리
1.e4 e6
프렌치 디펜스의 시작 포인트이다. 여기에서 2.d4 d5로 들어가는 게 가장 일반적인 진행이다. 백이 그 외의 수를 두더라도 흑은 2...d5를 통해 중앙을 가격하면 된다. 2.d4 이외에 백이 두는 수로는 2.Nf3, 2.Nc3가 간간히 나오는데, 보통 익스체인지 바리에이션으로 들어가거나 이후에 원래의 라인으로 전환되게 된다. 2.Bc4의 경우 2...d5를 하고 폰 교환 이후 비숍이 가격당하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비숍이 b3칸으로 피하면 이 비숍은 대각선이 폰에 가로막혀 활동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사실상 익스체인지 바리에이션을 안 좋게 들어가는 셈이다. (익스체인지 바리에이션에서는 백의 밝은 비숍이 d3에서 킹사이드를 압박한다.)
2.d4 d5
이전 포지션에서 백은 2.d4가 가장 좋은 선택이기 때문에 여기가 사실상 프렌치의 바리에이션이 갈라지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백은 e4와 d4를 통해 중앙에 투폰을 배치했고, 흑은 2...d5를 통해 중앙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려고 한다. d5와 e4 폰이 마주치며 긴장이 생겨났기 때문에 백은 여기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선택은 총 세 가지이다.
1) 폰을 민다 : 3.e5 (어드밴스)
2) 폰을 교환한다 : 3.exd5 (익스체인지)
3) 나이트를 전개하면서 폰을 지킨다 : 3.Nc3 (메인라인), 3.Nd2 (타라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추어 봤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건 3.e5 어드밴스였고, 그 다음이 3.exd5 익스체인지였다. 익스체인지 바리에이션은 레이팅이 낮을수록 나올 가능성이 많은데, 1.e4 e6를 했을 때 백이 오픈 게임과 마찬가지로 2.Nf3를 했다가 2...d5를 했을 때 3.exd5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3.Nc3 메인라인과 3.Nd2 타라시는 레이팅이 올라가야 좀 나오는 편이다. 이 둘 중에는 3.Nc3 메인라인이 더 자주 나온다. 레이팅이 올라갈수록 어드밴스와 익스체인지의 비율이 줄어든다.
따라서, 나오는 빈도에 따라 어드밴스 → 익스체인지 → 메인라인 → 타라시 순서대로 정리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따로 글을 써야 할 것 같고 지금은 간략하게만 소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 프렌치 어드밴스 (French Advance)
백이 3.e5를 둠으로써 중앙이 닫히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백은 공간적인 우위를 가지게 되었다. 흑은 3...c5를 통해 퀸사이드 확장을 하면서 계속해서 d4폰을 압박하고, 백은 d4폰을 지키는 방향으로 오프닝을 이어나가게 된다.
예시)
2) 프렌치 익스체인지 (French Exchange)
3.exd5 exd5로 중앙 폰이 교환되고 e 파일이 열리게 되었다. 흑은 e6로 가지고 있던 밝은 비숍의 전개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중앙이 열렸기 때문에 평범한 프렌치와는 다른 성격의 게임을 하게 된다.
예시)
대칭적인 전개가 가능하고 무승부 비율이 높기 때문에 지루하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흑에게 대칭을 피하고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루한 진행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3) 3.Nc3 메인라인 (Main Line)
사실 3.Nc3에는 파울센 바리에이션(Paulsen Variation)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그보다는 3.Nc3 메인라인으로 자주 불리는 편이다. 왜냐하면 3.Nc3 이후 흑이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바리에이션이 갈라지기 때문이다.
백이 3.Nc3로 폰을 지켜줌으로써 백이 e4폰을 잡을 경우 나이트로 되잡겠다는 의도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흑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흑에게는 세 가지 선택이 있다.
비숍으로 나이트에 핀을 건다 : 3...Bb4 위나워 (French Winawer)
나이트를 전개하며 폰을 다시 공격한다 : 3...Nf6 클래시컬 (French Classical)
폰을 잡는다 : 3...dxe4 루빈슈타인 (French Rubinstein)
위나워는 매우 공격적이고 날카롭기 때문에 서로가 정확하게 대응해야 하고 따라서 이론 공부가 필수적이다. 클래시컬은 프렌치의 대표적인 메인라인으로, 백이 4.e5로 템포를 벌면서 나이트를 밀어내거나 비숍을 4.Bg5로 전개하여 핀을 거는 두 가지 선택지로 다시 나뉘어진다. 날카로운 위나워 라인을 피하기 위해 선택하기도 한다. 루빈슈타인은 중앙 폰을 내주고 백이 중앙에 나이트를 배치하는 것을 허용하지만 단단한 전개를 통해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포지션을 구축한다.
예시)
4) 프렌치 타라시 (French Tarrasch)
백이 3.Nd2를 둬서 e4폰을 수비한다. 만약 흑이 폰을 잡으면 메인라인에서 봤던 것과 같이 나이트로 되잡으며 루빈슈타인 바리에이션으로 들어간다.
프렌치 타라시만의 아이디어는 백이 c폰을 가로막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백이 c3를 둘 가능성이 생겨난다. 즉 3.Nc3 이후 흑의 공격적인 진행이었던 3...Bb4가 타라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또한 d2에 배치된 나이트가 f3로 재배치되고 킹사이드 나이트가 Ne2 - Nf4로 전개되면서 두 나이트가 모두 흑의 킹사이드를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도 타라시의 특징이다.
이후 오프닝의 진행에 따라서 폰 구조가 닫힐 수도, 열릴 수도 있다.
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