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라운드 승리로 리드를 벌린 네폼니아치와 카루아나
2022 도전자 결정전 7라운드에서 GM 이안 네폼니아치가 4번째 승리를 추가하며 선두를 유지했습니다. 한편, GM 파비아노 카루아나 역시 승리를 챙기며 선두를 0.5점 차로 바짝 쫓았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준비된 무승부를 피하려는 GM 리처드 라포트를 제압했고, 카루아나는 GM 테무르 라자보프와의 경기에서 상대로 폰이 하나 많은 우위를 승리로 전환시켰습니다.
2022 도전자 결정전을 시청하는 방법
이번 대회는 체스닷컴TV, 트위치,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대회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와 모든 경기의 기보는 이벤트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8라운드 경기는 6월 26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시작합니다.
2020-21 도전자 결정전에서는 전반기 경기를 마치고 대회가 1년 동안 중단되었습니다. 따라서 선수들에게는 후반기를 준비할 1년의 시간이 더 생겼었는데, 우연히도 당시 대회 선두는 지금처럼 네폼니아치였습니다.
7라운드를 앞두고 선수들은 1년이 아닌 하루의 휴식만을 가졌지만, 그 태도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가 엿보였습니다.
라포트-네폼니아치 0-1
의심할 여지없이 네폼니아치는 2020-21 도전자 결정전에서처럼 4.5/6으로 대회 초반을 시작한 것에 기뻐했을 것입니다. 필요한 순간에 조금의 행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그의 플레이는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라포트는 이번 대회에서 전투적인 체스를 보여줬고, 지금까지 6무를 기록했습니다. 이만큼이나 위험을 감수하는 선수에게 승리 또는 패배가 없다는 것 또한 매우 드문 일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네폼니아치는 또 한 번 페트로프 디펜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는 아마도 작년 GM 매그너스 칼슨과의 월드 챔피언십에서 준비한 오프닝을 그대로 사용하는 듯 보였습니다. 라포트가 4개의 메인 라인(9.Nc3, 9.Re1, 9.cxd5, 9.Qc2)이 아닌 9.Qb3를 두었을 때에도 네폼니아치의 수는 놀랍도록 빠르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퀸에게 공격받는 b7 폰을 지키는 대신 네폼니아치는 라포트가 b7 폰과 a8 룩을 잡도록 허용했습니다. 그 대가로 그는 14...Bh3!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백이 비숍을 잡으면 흑이 g6와 e4 칸을 이용해 반복 체크를 할 수 있으므로 이것은 사실 무언의 무승부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월드 챔피언십 수준의 오프닝 준비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라포트는 놀랍게도 수를 한 차례만 반복하고 무승부를 피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체스닷컴의 해설자 GM 로버트 헤스는 '이것이 모든 대회에서 라포트를 초대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라포트가 항상 그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헤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백에게는 또 다른 무승부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라포트의 선택은 결과와 상관없이 승리를 위한 경기였습니다. 이로써 경기는 비솝, 나이트, 폰 5개가 남은 퀸 vs 2룩 엔드게임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상황적으로는 백에게도 기회가 있는 듯 보였지만 킹이 매우 취약해진 포지션을 풀어내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체스 팬들이 기억하는 것처럼, 네폼니아치의 이전 퀸 vs 2룩 엔드게임은 8시간의 사투 끝에 결국 그의 세계 챔피언 도전을 좌절시켰습니다.
Last time @lachesisq had a queen for two rooks we all lost 8 hours of our lives#FIDECandidates pic.twitter.com/ghRup8CpKS
— Mike Klein (@ChessMike) June 25, 2022
라포트에게는 아쉽게도 이후 백의 의사 결정은 고통과도 같았습니다. 동등해 보였던 포지션은 불리해졌고 불리한 포지션은 이내 패배까지 이어졌습니다. 나이트가 교환되었을 때, 백의 노출된 킹과 약해진 h 폰이 결국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네폼니아치는 6라운드와 7라운드 경기 모두 h 폰의 도움을 받아 승리했습니다. 두다와의 경기에서는 h7 폰이 흑의 킹을 괴롭히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오늘 라포트와의 경기에서는 폰이 h3 칸까지 전진하며 결국 상대의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두다-나카무라 ½-½
많은 최상위 체스 대회에서는 라운드가 시작할 때 초대 손님이 시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 또한 예외는 아니었지만 조금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GM 얀-크지슈토프 두다는 1.d4를 두겠다고 얘기했지만 시수는 1.e4가 두어졌습니다. 물론 폰은 금세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고 1.d4가 체스보드에 놓였습니다.
약간의 해프닝 이후 경기는 예상했던 것처럼 진행됐습니다. GM 히카루 나카무라는 3라운드에서 GM 알리레자 피로우자를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님조-인디언 디펜스를 선택했습니다. 두다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사용한 라인인 4.e3, 5.Bd3로 대응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6.Nf3 라인이 아닌 나카무라가 이전에 사용하기도 했던 6.Nge2를 선택했습니다.
11수에서 나카무라는 d5 칸을 차지하기 위해 이전 자신의 경기들에서 벗어난 일반적이지 않은 11...Nce7을 두었습니다. 그리고는 h7 칸에 대한 체크메이트 위협을 f7-f5으로 막았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백은 폰 구조를 유리하게 변경하고 잠재적으로 좋은 나이트 vs 나쁜 비숍 상황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현재 포지션에서 흑에게 우려되는 가능성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나카무라는 백이 그러한 상황을 만들 수 없으리라 믿었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거기서 나카무라가 필요 이상으로 긴장을 내려놓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20수에서 20...Ba4!? 대신 약간 부정확한 20...Bc6?!를 두었고, 이어지는 22...g6?로 어쩌면 경기를 내줄 수도 있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기회가 온 것을 인지하지 못한 두다는 포지션적인 실수인 23.b4?로 그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b 폰이 전진하면서 흑은 비숍을 a4 칸에 배치할 수 있었고 이후에는 c4 칸을 사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만약 23.a4!를 두고 24.b3로 이어갔다면 백이 확실한 이점을 가졌을 것입니다.
이 실수로 나카무라는 무승부를 넘어서 승리까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두다가 포지션에 남은 가능성을 없애버리자 희망의 불씨 또한 사그라들었습니다. 40수에서 두 선수는 무승부에 합의했습니다.
카루아나-라자보프 1-0
한 선수는 바로 직전 라운드에서 승리했고, 다른 선수는 2019년 이후로 승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경기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일까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라자보프는 오늘 경기를 위해 특별한 수를 준비해왔습니다.
카루아나의 1.e4를 상대로 평소와 같은 견고한 플레이를 하는 대신 라자보프는 나카무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작위 시실리안'을 선택했습니다. 1.e4 c5 2.Nf3 a6로 진행되는 라인은 오켈리 시실리안이라고 불립니다.
흑의 아이디어는 b5 칸을 폰으로 지켜놓고 백이 3.d4로 중앙 폰을 전진했을 때 3.cxd4 4.Nxd4 e5로 나이트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카루아나는 물론 이 계획을 모르지 않았고 백으로 가장 선호되는 3.c4를 두고 마록지 바이드 형태의 폰 구조를 잡았습니다.
한편, 라자보프는 6수에서 견고한 6...d6대신 날카로운 6...d5로 폰을 희생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위험한 수 선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안전한 킹사이드 대신 흑은 퀸사이드 캐슬링을 택했고, 경기는 백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카루아나 역시 다소 부정확한 수를 두었고 흑은 다른색 비숍과 백의 더블 폰 약점을 기반으로 무승부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라자보프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약간의 기회를 놓쳤고 경기는 폰 경주에서 백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오늘의 소중한 승리로 카루아나는 네폼니아치와의 격차를 0.5점으로 유지했습니다.
딩-피로우자 ½-½
세계 2위인 GM 딩 리런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번 대회에서 더 나은 상황을 기대했을테지만 이전 도전자 결정전에서처럼 그는 여전히 패배에서 회복하고 있지 못하고 고전 중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진정으로 고전하고 있는 선수는 세계 챔피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우승 후보로 예상했던 피로우자였습니다. 6라운드 이후 대회 최하위에 쳐진 피로우자는 흑으로 딩 리런을 상대했고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딩 리런의 잉글리시 오프닝이 그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았을 것입니다.
피로우자는 특이한 라인으로 상대를 흔드려고 시도했지만 오히려 백만이 우세를 잡을 수 있는 비교적 평범한 포지션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은 승리를 위해 상대를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딩 리런은 신중했고 기물들을 교환되며 이내 보드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경기는 54수 동안 진행됐지만, 평가가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일은 없었습니다. 컴퓨터 엔진은 어떤 선수에게도 0.1점 이상의 우세가 있지 않다고 판정했습니다. 이는 완전한 무승부를 의미했고, 물론 모든 선수들이 원하는 결과는 아닐 테지만 이 또한 체스 경기의 일부였습니다.
1라운드처럼 카루아나와 네폼니아치는 같은 날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두 선수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면 다른 선수들이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7라운드 이후 순위표
8라운드 대진 및 역대 상대 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