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이준혁, 체스인사이드 초청전 우승
12월 26일(토요일) 체스닷컴에서 체스인사이드 초청전 대망의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4강에서 IM 코지마 신야, 김진수 선수를 상대로 각각 승리한 CM 권세현, IM 이준혁 선수가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권세현 선수는 2020 한국 체스 챔피언이고, 이준혁 선수는 2015년부터 한국 랭킹 1위를 유지한 선수였기에 두 선수의 맞대결은 체스 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두 선수는 그 명성에 걸맞게 수준 높은 멋진 경기를 선보였습니다. 약 300여 명의 실시간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두 선수의 경기는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고, 이준혁 선수가 5.5대 0.5로 승리하며 우승의 영예를 차지했습니다.
체스인사이드 초청전 전 경기는 체스인사이드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기 할 수 있습니다. 해설에는 체스프릭(Chessfreak) CM 김창훈 선수가 함께 해주셨습니다. 체스프릭 유튜브 채널
1경기에서 먼저 칼을 꺼내 든 것은 권세현 선수였습니다. 1.d4로 경기를 시작한 권세현 선수는 두 번째 수에 비숍을 f4 칸으로 전개하며 런던 시스템(London System) 오프닝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준혁 선수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고 11수가 진행된 시점에서는 오히려 시간에서 우위를 가졌습니다. 기물 전개에서 우위를 차지한 이준혁 선수는 11...f6, 12...e5 폰 전진으로 중앙을 열었고, 캐슬링하지 못한 백의 킹을 압박했습니다. 흑의 강한 압박에 백은 기물들을 수비적으로 배치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18...Nxd4 전술을 허용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2경기에서도 권세현 선수는 흑으로 다시 한번 준비된 전략인 피어츠 디펜스(Pirc)를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준혁 선수는 이번에도 당황하지 않고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이준혁 선수는 9.a4로 흑의 9...a5를 유도한 후 10.dxe5로 중앙 폰 구조를 고정시켰습니다. 그다음에는 나이트, 퀸, 비숍을 활용해 흑의 퀸사이드를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권세현 선수는 포지션을 굳건히 수비하며 18...Be6라는 재치있는 수로 백의 압박에서 벗어났습니다. 이후에는 거의 동등한 상황이 진행되었으나 경기 내내 수비하며 시간을 많이 소모한 권세현 선수는 결국 흑의 23.Bb5 스큐어 전술에 당하며 실점을 하게 되었습니다. 권세현 선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39...Bh6 전술로 만회했지만, 나이트의 위치가 나쁜 상황에서 백의 비숍에게 퀸사이드 폰들을 잡히며 2 경기도 이준혁 선수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3경기에서 권세현 선수는 시실리안 디펜스를 상대로 자신의 주 무기인 모스크바 바리에이션(Moscow Variation)을 선택했습니다. 백이 d4, e5 칸에 폰을 배치했고 14.Ng5를 시작으로 흑의 킹사이드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이준혁 선수는 비숍을 이용해서 나이트를 제거한 후 17.Rae8으로 나이트가 e7, f5 칸을 활용하도록 다리를 놓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이준혁 선수는 "백의 압박이 워낙 거셌지만 Rae8을 찾아내면서 수비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권세현 선수는 19.Rd3 룩 리프트 기술을 이용해 킹사이드 공격을 계속했지만, 흑의 대응이 조금 더 빨랐습니다. 흑은 나이트를 f5 칸에 배치한 후 20...f6 폰 브레이크로 백의 중앙을 부숴내며 오히려 킹사이드에서 우위를 점했습니다. 이어진 엔드게임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은 이준혁 선수였습니다. 이준혁 선수는 백의 퀸이 a7 폰을 잡으며 자리를 떠난 사이, 킹사이드 공격을 성공했고 31...d4로 상대 퀸이 수비에 가담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5분 간의 휴식 후 4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미 0-3으로 뒤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권세현 선수에게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백의 1.e4를 상대로 2경기와 동일하게 피어츠 디펜스를 선택한 권세현 선수는 백의 9.a4에 이번에는 ...a5가 아닌 9...Qc7로 응수했습니다. 흑은 나이트를 h5, e6 칸에 배치하며 f5 칸을 위협했지만 이준혁 선수는 침착하게 수비에 성공했습니다. 기물이 교환되며 경기는 거의 동등했지만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하는 권세현 선수는 무리해서 공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균형이 무너진 상대를 공격하며 승기를 잡은 쪽은 이준혁 선수였습니다. 이준혁 선수는 31.Qd6로 주도권을 잡았고 폰을 잡으며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이미 시간에서도 10초 미만으로 남은 권세현 선수는 분전했지만 패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5경기는 다시 한번 시실리안 디펜스 모스크바 바리에이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에 먼저 다른 수를 둔 쪽은 이준혁 선수였습니다. 3경기와 다르게 이준혁 선수는 킹사이드 비숍을 7...Bg7으로 피앙케토하며 상대의 킹사이드 공격 의지를 막고 중앙 싸움으로 전환했습니다. 흑은 전개 우위를 앞세워 14...d5로 폰 브레이크를 성공했고 이후 미들게임에서 많은 기물을 교환했습니다. 이어진 엔드게임에서 흑이 21...Re2로 7번째 행을 차지하며 주도권을 잡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권세현 선수는 b2 폰을 지키지 않고 22.Rc1으로 반격으로 전환했습니다. 백의 Rc7과 Rd7이 워낙 위협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준혁 선수는 b2 폰을 잡지 못하고 전략을 수정해 룩을 e7 칸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권세현 선수는 흑의 진영을 계속 압박했지만 결국 단단한 수비에 막혀 비숍과 룩이 교환되었고, 두 선수는 반복수로 경기를 무승부로 마쳤습니다.
페트로프 디펜스(Petrov Defense)로 진행된 6경기에서 이준혁 선수는 5.Nc3 님조위치 어택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백은 h 폰을 이용해서 킹사이드를 공격하고, 흑은 중앙에서 받아치는 형태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백은 퀸사이드 캐슬링을 한 후 공격에 집중하지만, 권세현 선수는 12...Bg4, 13...Rd8로 백의 킹이 퀸사이드로 캐슬링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결국 백은 킹사이드로 캐슬링했고, 흑이 17...Qc6로 퀸사이드와 중앙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준혁 선수는 곧장 18.Bd4로 흑의 e5 폰을 공격했습니다. h6 폰과 연계한 Qg7# 위협이 있었기 때문에 흑은 e5 폰을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어진 엔드게임에서 권세현 선수는 시간을 모두 소모하며 마지막 경기를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권세현 선수는 "결승전을 위해 오프닝을 준비해 왔는데, 이준혁 선수가 너무 대응을 잘해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라며 "오늘 경기에서는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 모두 밀렸기 때문에 결과에 승복한다."라며 경기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준혁 선수는 "권세현 선수의 준비된 오프닝 선택에 당황했지만, 다행히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3경기에서 백의 공격이 너무 거세서 쉽지 않았는데, 잘 수비해내서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3경기가 승부처였다고 생각한다."라며 오늘 경기를 평했습니다.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준혁 선수는 "체스인사이드 초청전 초대 우승자가 되어 매우 기쁘다. 앞으로도 이런 온라인 대회가 많이 열려서 한국 체스가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체스인사이드 초청전은 한국과 일본의 정상급 선수들을 초청해서 진행한 온라인 토너먼트였으며, 총상금은 70만 원, 우승 상금은 30만 원입니다. 유튜브 및 트위치 생방송 중계 시 나온 후원(도네이션)은 전액 우승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후원자 명단(유튜브 및 트위치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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