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체스연맹 월드 챔피언십 4라운드: 페트로프 디펜스로 지켜낸 네폼니아치

세계체스연맹 월드 챔피언십 승점은 4라운드에서 GM 매그너스 칼슨(Magnus Carlsen)과 GM 이안 네폼니아치(Ian Nepomniachtchi)가 비기며 2대 2가 되었습니다. 도전자는 세계 챔피언 칼슨의 1.e4를 완전히 막아냈나요?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네폼니아치는 사전 준비와 칼슨의 오프닝 전략에 정확하게 대응하며 편안한 무승부를 만들었습니다. 5라운드 경기는 12월 1일 수요일 오후 9시 30분(한국 시간) 예정되어 있습니다.

체스닷컴의 영어 해설 GM 파비아노 카루아나(Fabiano Caruana), GM 로버트 헤스(Robert Hess), IM 다니엘 렌쉬(Daniel Rensch)는 모두 칼슨의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경기 내용은 승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11월 30일 생일을 보내며 만으로 31세가 된 칼슨은 흑으로 편안한 무승부를 거둔 네폼니아치에게 생일 선물을 받지 못했습니다.

칼슨은 두 번째 백 경기에서 첫 수부터 새로운 오프닝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지난 토요일 1.d4로 시작한 이후 카탈란 오프닝을 선택했지만, 오늘은 1.e4로 경기를 열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백으로 한 두 경기 모두 1.e4를 선택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지난 1.d4를 상대한 경기에서 그룬펠드 디펜스를 피했던 것처럼 오늘 1.e4 경기에서도 날카로운 오프닝인 시실리안 나이돌프를 피하고 페트로프 디펜스를 선택했습니다.

이 오프닝 선택은 작은 놀라움이었습니다. 페트로프 디펜스는 19세기 중반에 러시아의 알렉산더 페트로프(Alexander Petroff)에 의해 인기를 얻은 오프닝입니다.(때문에 일부 언어에서는 "러시안 디펜스"라고도 부릅니다.)

네폼니아치는 지금까지 체스 경력에서 단 2경기에서만 페트로프 디펜스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4월 매우 중요했던 도전자 결정전에서 GM 왕 하오를 상대로 이 오프닝을 활용했습니다. 그는 흑으로 승리했고 대회 우승을 확정 지으며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네폼니아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칼슨은 오프닝에 놀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매우 길고 강제적인 라인을 활용했습니다. 최근 페트로프 디펜스를 깊게 연구한 사람들이라면 이 라인에 매우 익숙할 것입니다."

칼슨은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놀라지 않았습니다. 페트로프 디펜스는 예상했던 주요 오프닝 중 하나였습니다. 네폼니아치가 도전자 결정전에서 활용하기도 했고, 지난 2경기에서 그는 날카롭기보다는 안정적인 오프닝을 선택했기에 그랬습니다. 그가 페트로프 디펜스에서 어떤 라인을 선택할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페트로프 디펜스 자체는 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페트로프 디펜스 자체는 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매그너스 칼슨

2018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칼슨을 상대로 페트로프 디펜스를 2번 활용한 카루아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칼슨의 1.e4를 상대로 한 네폼니아치의 가장 논리적인 선택은 베를린 디펜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페트로프 디펜스는 매우 흥미로운 선택이고, 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월드 챔피언십 역사에서 페트로프 디펜스는 14차례 사용되었고 그중 백이 2번(1981년 카르포프-코르치노이, 1985년 카스파로프-카르포프), 흑이 1번(2004년 레코-크람닉)이 승리했습니다. 무승부는 11경기였습니다.

15수까지 두 선수는 2017년 노르웨이 체스 토너먼트에서 바시에-라그라브 vs 카루아나의 경기를 그대로 답습했습니다. 칼슨이 이 라인을 선택한 것은 곧 드러났고, 그의 선택은 놀라운 신수인 18.Nh4!?였습니다. 

카루아나는 이 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18.Nh4는 매력적입니다. 저는 이 수에 대해 전혀 몰랐고, 칼슨의 매우 탁월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18.Nh4를 둔 포지션

경기가 끝난 후 네폼니아치도 동의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시도였습니다. 제가 언젠가 페트로프 디펜스를 백으로 상대한다면 써보고 싶네요!" 

이 수의 숨계직 계획 중 하나는 나이트를 g2-f4(또는 e3) 칸으로 이동해서 흑의 고립된 d5 폰을 공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위해 칼슨은 19.g4로 폰을 2칸 앞으로 전진해서 g2 칸을 확보했습니다. 백의 전략은 매우 명확해 보였고, 이 수는 많은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카루아나는 g4 폰 전진이 흑이 나이트를 f6 칸으로 전개해서 고립된 d5 폰을 지켰을 때 g5 전진까지도 염두에 둔 수라고 설명하며 "아름다운 계획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의 주요 수: 19.g4

오늘의 주요 수가 있기 전에 카루아나가 "매력적", "탁월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한 18.Nh4가 먼저 있었습니다. 19.g4는 흑의 20...f5를 예방하는 동시에 Ng4-Bf4로 흑의 가장 활동적인 비숍을 제거할 수도 있고 Nf4 또는 Ne3로 d5 폰을 위협할 수 있는 수입니다. 체스닷컴의 혁신적인 게임 리뷰 기능을 이용해서 주요 순간을 점검하고, 코치의 해설을 듣고, 실수를 고치세요.

하지만 해설자들과 체스 팬들이 흥분하기 시작했을 때 경기는 22.Bf4 이후 기물 교환일 이뤄졌습니다. 칼슨은 이 수에 지금까지 중 가장 긴 시간인 3분을 사용했습니다. 비숍 교환 이후 칼슨은 룩과 나이트를 이용해 흑의 킹을 위협했습니다. 백에게 체크메이트 기회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면 흑의 킹은 안전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 즈음 체스닷컴의 FM 마이크 클라인(Mike Klein)은 네폼니아의 세컨드 중 한 명인 GM 블라디미르 포트킨(Vladimir Potkin)을 인터뷰했습니다. 포트킨은 네폼니아치 팀에서 체스 기술과 심리적인 도움을 맡은 트레이너입니다. 그는 다른 팀 멤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팀원들이 재택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엔드게임에 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복잡한 상황입니다. 흑에게도 통과한 폰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있습니다. 만약 칼슨이 이 부분을 놓친다면 폰 엔드게임에서 우리에게 좋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2016년 월드 챔피언십 8라운드 경기에서 포트킨이 지원했던 카야킨은 통과한 a 폰을 앞세워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칼슨은 g5로 f6 나이트를 지켰던 25번째 수에 처음으로 긴 생각에 잠겼습니다. 한편, 네폼니아치는 수비와 동시에 역습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5년 전 카야킨이 그랬던 것처럼 a 폰을 전진했습니다. 칼슨이 생각에 잠긴 동안 네폼니아치는 체스보드에서 떠나 개인 휴식 공간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칼슨은 언제라도 나이트 체크를 반복해서 무승부를 만들 수 있었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백이 무승부 이상을 거둘 수 있나?"

29.a3를 둔 포지션

칼슨은 두 번의 체크를 하기 전 34분을 소모했고, 32번째 수로 무승부가 확정되기 전에 14분을 더 소모했습니다. 그의 결정은 어쩌면 시간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경기가 끝났을 때 칼슨의 시계에는 19분이, 네폼니아치의 시간에는 1시간이 넘게 남아있었습니다. 

세계 챔피언은 경기 막판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대결 이전에 많은 작업을 해두고 대결 중 오프닝에 작업을 많이 했다면, 종종 실제 경기에서 적은 일만 하기도 합니다. 제가 특별한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저의 접근방법은 명확했습니다. 하지만 시계에 2시간이 주어졌다면 작은 기회라도 잡기 위해 그것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옳습니다."

카루아나는 칼슨이 수를 반복하며 무승부를 만든 것을 '현재 상황에서 실용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경기 자체는 대회 준비 심리적인 측면에서 '네폼니아치에게 큰 성공'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체 선수들은 대회 준비를 얼마나 한 것일까요? 글쎄요, 어쩌면 모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거의 대부분이 컴퓨터 엔진의 추천 수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목표는 간단했습니다. 준비한 것을 망치지 않는 것!"

기자 회견에서 그는 18.Nh4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그 수를 알고 있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메인라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놀랐습니다. 매우 원칙적인 수이기도 했고요. 체스 보드에서 좋은 수를 직접 찾는 것보다 기억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는 경기 마무리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거의 마지막 수까지 비슷하게 끝나는 경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결과에 분명 만족한 듯 보였습니다. "그럼요! 페트로프 디펜스를 사용했으니까요."

칼슨은 오늘 경기는 자신이 추구하는 접근 방식에 따른 하나의 거래라고 지적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저는 뚜렷한 무언가를 원했고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이것은 일반적인 결과입니다. 저는 네폼니아치가 제가 플레이 한 라인을 완전히 놓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흑에게는 어려운 결정이 필요했습니다. 그가 경기한 방식에는 다른 시도들이 있었지만 결국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이것이 현대 체스의 상황이고,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이것이 현대 체스의 상황이고,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매그너스 칼슨

칼슨은 아직 좌절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더 많은 무승부를 거둔 적도 있습니다! 오늘처럼 강제 수순으로 경기가 진행될 때는 매번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겠지만, 때로는 상대를 놀라게 만들 수도 있고 무엇보다 아주 안전할 것입니다. 분명히 저는 이기고 싶었고 더 많은 기회를 찾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잘 준비된 상대와 경기할 때의 일반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칼슨은 생일에 월드 챔피언십과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2016년 11월 30일 GM 세르게이 카야킨(Sergey Karjakin)을 래피드 타이브레이크에서 2승 2무로 꺾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대회에서도 칼슨은 생일에 오프라인 대회에서 패배한 적이 없습니다. (작년 온라인 대회였던 스킬링 오픈 토너먼트에서 GM 웨슬리 소에게 패한 적은 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네폼니아치는 생일에 경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라고 말하며, 다음 날에도 경기가 있어서 파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생일 케이크를 네폼니아치 팀과 공유할 것이냐는 질문에, 칼슨은 1978년 카르포프-코르치노이의 요구르트 사건을 언급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월드 챔피언십 역사적으로 봤을 때, 상대 팀이 주는 음식은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WGM 아나스타시야 카를로비치(Anastasiya Karlovich)는 11월 30일이 윈스턴 처칠의 생일이라는 것을 지적하며 칼슨에게 처칠이 한 명언을 아는지 물었고, 칼슨은 이에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처칠이 그의 상대 중 한 명에게 이런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죠. '그는 겸손한 사람이고 겸손해야 할 큰 이유가 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저의 상대는 겸손한 사람이 아니고 그래야 할 좋은 이유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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