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체스연맹 월드 챔피언십 3라운드: 흑으로 빈틈이 없는 칼슨

2021 세계체스연맹 월드 챔피언십에서 도전자 GM 이안 네폼니아치(Ian Nepomniachtchi)와 세계 챔피언 GM 매그너스 칼슨(Magnus Carlsen)이  3라운드에서도 비기며 대결은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월요일은 첫 휴일이며, 4라운드는 11월 30일 화요일 오후 9시 30분(한국 시간) 예정되어 있습니다.

두 선수가 서로 다른 순간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던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던 2라운드 경기 이후, 3라운드 경기는 다소 조용하고 균형이 잡혔습니다. 체스닷컴의 스타 해설가인 GM 파비아노 카루아나(Fabiano Caruana)는 "정확하다"는 단어로 두 선수를 표현했습니다. 두 선수는 무승부 제안이 가능한 흑의 40수가 지나고 곧바로 무승부에 합의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칼슨은 2라운드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네폼니아치와 자신의 긴장이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일반적인 대회 상황이었다면 네폼니아치가 자신의 우위를 살려 2라운드에서 승리했을 것이고, 휴일을 앞둔 3경기도 비슷한 느낌이 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습니다.

3라운드의 시수 세계체스연맹의 초대를 받은 2004 프랑스 오픈의 우승자 아나스타샤 미스키나(Anastasia Myskina)였습니다. 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체스와 테니스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렸을 때 코치님께서는 테니스가 코트 위에서 하는 체스라고 알려주셨어요. 테니스를 할 때면 어디로 공을 보낼 것인지 항상 생각해야 했습니다. 저는 테니스를 할 때 체스적인 사고를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실제로 체스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제가 테니스 시합에 나서기 전 체스 경기를 하길 바라셨습니다. 체스를 하면 생각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늘 말씀하셨거든요."

그녀가 네폼니아치를 위해 둔 백의 첫 수는 1.d4였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조심스럽게 폰을 다시 시작 위치로 되돌렸고, 감독관이 시계를 작동시키자 1.e4로 경기를 열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세계체스연맹 회장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Arkady Dvorkovich)가 시수로 1.e4를 두자 칼슨은 그것을 1.d4로 바꿨습니다!

7수까지 두 선수는 첫 경기를 복사-붙여넣기한 것처럼 똑같은 수를 두었습니다. 오프닝은 루이 로페즈 안티-마샬 라인이었습니다. 이 오프닝은 미국의 프랭크 마샬(Frank Marshall, 1877-1944)이 개발한 흑의 갬빗 플레이를 백이 방지하며 경기하는 라인입니다. 마샬은 1907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엠마누엘 라스커(Emanuel Lasker)에게 패했습니다. 마샬은 라스커가 세계 챔피언 자리에 있었던 27년간 미국 챔피언 자리를 지켰습니다.

네폼니아치는 8번째 수에서 방향을 틀었고 포지션은 역사적인 경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8.a4가 사용된 것은 1993년 런던에서 열린 GM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와 GM 나이젤 쇼트(Nigel Short)의 대결이었습니다. 쇼트는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이 포지션은 너무 아픈 기억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28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여전히 아픕니다."

칼슨은 자신의 레퍼토리에 따라 경기했고 자신의 경력에서 14번 경기한 9...d6를 선택했습니다. 백의 10.Nbd2는 그가 지금까지 상대해보지 않은 수였습니다. 그가 이전까지 상대한 수들은 10.Nc3, 10.c3, 10.Bd2였습니다. 참고로 카스파로프와 쇼트의 경기는 10.Bd2로 진행됐습니다.

두 선수 모두 준비된 오프닝을 전부 보여준 것이 아니었기에, 세계 챔피언은 비교적 많이 사용되지 않은 수인 10...Re8로 응수했습니다. 사실 두 선수는 오프닝을 매우 빠르게 경기했는데, 12.Bd2는 많은 전문가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15...Nc6는 매우 참신한 신수였습니다.

15...Nc6를 둔 포지션

카루아나는 나이트가 부자연스럽게 원래 위치로 돌아가며 c 폰을 가로막은 것은 '분명히 사전에 준비된 계획'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경기가 끝날 무렵 카루아나는 칼슨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칼슨이 포지션에 다른 접근 방법을 가지고 이론적인 라인에서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그는 매우 준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는 그런 오프닝들이 자신에게 승리할 더 많은 기회를 준다고 느끼는 것뿐입니다. 저는 칼슨이 오프닝 전체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세계에서 누구보다 준비가 잘 되어있는 선수이고, 지금까지 몇 년 동안 그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칼슨이 오프닝 전체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세계에서 누구보다 준비가 잘 되어있는 선수이고, 지금까지 몇 년 동안 그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파비아노 카루아나

칼슨이 처음으로 길게 생각한 것은 16번째 수였고, 그가 비숍을 c8 칸으로 이동했을 때는 백이 유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카루아나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지금 칼슨의 포지션이 조금 걱정됩니다."

경기장 내에서 네폼니아치는 중간중간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집중할 때면 이마를 엄지손가락으로 잡거나 팔짱을 끼거나 머리를 숙여 테이블에 기대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Quick power nap for Nepo. #CarlsenNepo pic.twitter.com/oJAdScPq34

— Chess.com (@chesscom) November 28, 2021

결과적으로 칼슨의 17...Bc8는 비숍을 e6 칸에 배치하고 d6-d5 폰 브레이크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스톡피시 14.1 수깊이 48로 분석했을 때 백이 이점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수는 일반적이지 않은 21.Qd3로 흑의 21...d5에 22.Bxf6로 대응하는 것이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컴퓨터와는 다르게 23.e5를 준비했고 경기는 조금 뜨거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카루아나가 이후 예상한 것처럼 경기에는 흥미진진한 부분이 많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선수들이 매우 정확한 수들로 경기했습니다. 이후 경기는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두 선수는 조금 지루해 보입니다."

경기 승점표

3번의 무승부에서 백으로 2번 경기한 네폼니아치는 "깔끔한 경기"였다고 말하며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칼슨은 "제가 분명히 꽤 나쁜 수들을 두었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합리적으로 잘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적어도 상대에게 큰 문제를 만들 뚜렷한 방법을 찾기 어려웠기 떄문에, 그럭저럭 괜찮은 경기였습니다."라고 경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체스닷컴의 경기 후 방송에서 GM 히카루 나카무라(Hikaru Nakamura)도 비슷한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칼슨이 약간 불리할 뿐이었습니다. 실제로 포지션은 그는 통제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칼슨은 흑으로 한 경기들이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했다는 기자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매우 편안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동등한 포지션을 위해 싸웠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오프닝 이점을 얻지 못한 부분에 대해 "트렌드를 바꿀 것인지" 묻는 질문에 네폼니아치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든 트렌드를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은 저의 준비가 아닌 현대 체스 이론입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 기자간담회에 참가하기 전 선수들은 도핑(금지 약물 복용)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세계체스연맹은 언젠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주요 대회에서의 도핑 테스트 등 올림픽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도핑이 체스 선수에게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네폼니아치는 "금지 약물을 사용하면 대회에 참가할 할 수 없는데 도움이 될리가요! 그리고 체스에 도움이 되는 약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저 누군가가 귓속에서 이어폰(다른 사람 또는 체스 컴퓨터의 도움을 수신하기 위한 장비)을 빼는 것을 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죠!"

칼슨 "제 생각에는 실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시험을 준비하거나 시험에 나설 때 마약을 사용합니다. 어쩌면 체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의 체스 실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하면 실험에 참여할 의사도 있지만, 당장은 그럴 필요가 없겠네요!"

만약 저의 체스 실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하면 실험에 참여할 의사도 있지만, 당장은 그럴 필요가 없겠네요!
—매그너스 칼슨

3번의 무승부가 추가되며 월드 챔피언십에서 총 17번의 클래시컬 경기 연속 무승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냈습니다. "승부가 나기 위해서는 누군가 실수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결과는 선수들이 실수를 많이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RIP Classical Chess
(born 1500CE - died every press conference of the World Championship match after a short draw)

— Anish Giri (@anishgiri) November 28, 2021

칼슨은 내일의 휴식을 즐기기 전에 일요 스포츠를 많이 시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휴일 다음날인 화요일에 4라운드 경기를 백으로 시작합니다.  네폼니아치가 휴일 다음 날 백으로 경기하는 "이점"을 얻기 위해서는 3번째와 4번째 휴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체스닷컴 방송에서는 이것이 어느 정도의 이점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4차례 여성 세계 챔피언에 오른 GM 허우 이판(Hou Yifan)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냈습니다. "특정 선수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오프닝 레퍼토리에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지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칼슨이 카탈란 오프닝이 별로라고 생각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많은 체스 팬들은 화요일 경기에서 승부가 갈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50년 후 자신이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이상한 질문에 세계 챔피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월드 챔피언십 중에 저의 유산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굳이 대답을 하자면, 바라건대 2016년 이후 월드 챔피언십에서 타이브레이크까지 가지 않고 클래시컬 경기에서 승리한 세계 챔피언이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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